유키노

2009.12.05 08:27

엽편) 안녕하세요

댓글 0조회 수 2127추천 수 0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안녕하세요.

그녀는 어제도 수 없이 많은 말을 내뱉었고, 곱씹었고, 중얼거렸으며 너댓장의 시놉을 완성시키고도 남을만큼의 전화통화를 했다.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 그보다 더 많은 말을 보기 위해 TV를 켜고, 사회자의 말이 잠깐 끊기는 틈새를 참지 못해 채널을 돌렸다. "영등포 5번 국도에서 배달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60대 남성이 칼을 꺼내..."는 정도의 사소한 범죄정도는 잠깐의 눈길을 줄 만한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피겨 스케이팅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김현아양이 이번 그리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하게..."된 것도 큰 일로 다가오지 않는다. 눈을 단 한번도 깜박이지 않기 위해 힘쓰는 것처럼 무의미한 집착이지만, 그녀는 어제도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말들을 내뱉었던 밝은 어제에 찬물을 끼얹기라도 한양, 마른침을 삼키고, 찬물에 손을 가져가고, 바닥을 한 번 내려다 봤다가 천정을 올려다 봤다가 물 잔을 꼭 부여잡은 자신의 손을 한 번 봤다가, 결국 눈 앞의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그리고 오랜 침묵이 거짓인양 밝게 입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음이 까륵거리는 물잔을 더할 나위 없이 세게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단단해진 머리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그나마 저것 하나뿐이라 대뜸 내뱉었다. 지금 막 마주친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처럼.

네, 안녕하세요.

마지막 남은 단 한마디였는데, 그게 끝인데. 텅 비어버린 가슴에 손을 올려보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습관적인 웃음조차 제대로 지어지지 않고, 치마 위의 핸드백 안에서 왼손은 자꾸 헛손질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겨우겨우 더듬어 찾은 숫자를 누르는데, 자꾸 그의 시선이 미끄러지는게 신경쓰인다. 통화버튼을 길게 누른다.

김정덕경위, 경찰입니다. 말씀하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

TAG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 만남 [3]   [레벨:21]비현 2010.10.30 1068
52 보통은 노력해도 이런 삶이다 [1]   [레벨:61]오라하콘 2010.09.29 1268
51 무료한 세계 [2]   [레벨:53]뉴류 2010.08.22 1141
50 [단편/막장] 황준호전 [3]   [레벨:99]Kaliel 2010.07.28 1212
49 [단편/뻘글] 다 알고 있는 짧은 이야기 [5]   [레벨:99]Kaliel 2010.07.28 1071
48 초롱아귀 [1]   [레벨:92]PINB 2010.07.17 1320
47 홍해의 윌슨 [5]   [레벨:3]Nero 2010.06.26 953
46 택배 [3]   [레벨:77]lehaby 2010.06.19 1169
45 무제 [2]   [레벨:100]카코스 2010.05.02 1255
44 (제목없음) [3]   [레벨:5]BOSS 2010.03.28 1926
43 [2]   [레벨:5]BOSS 2010.02.26 1651
42 하갈의 이상한 아들 -프롤로그- [1]   [레벨:22]희동구 2010.01.24 1751
41 스트로베리 이야기 - Epilogue... [4]   [레벨:69]센조 2010.01.21 1548
40 스트로베리 이야기 [4]   [레벨:69]휴우 2010.01.20 1330
» 엽편) 안녕하세요   [레벨:109]Aqua 2009.12.05 2127
38 [엽편 응모글] 시선이 끝나면 [1]   [레벨:61]오라하콘 2009.10.11 1855
37 [엽편 응모글] 길. [1]   [레벨:109]Aqua 2009.10.03 3395
36 하양   [레벨:91]Radwind 2009.08.10 1810
35 죽음과 죽은이의 시체(15금) [3]   [레벨:8]L.C슈타르크 2009.04.11 1584
34 작은 것 [2]   [레벨:91]Radwind 2009.04.07 1364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Next ›
/ 5
Designed by hikaru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서비스 링크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