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노

무료한 세계

[레벨:53] 뉴류, 2010-08-22 00: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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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길어요;;









      
                                                                                                
무료한 세계 

                                                                                                    by - 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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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내겐 모든 것이 심심하고 따분했다.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무의미하고 재미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재미' 라는것이 이세상에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대체 즐거운 삶은 어떤 것일까? 모두가 이 무료한 세계에서 그냥 즐거운 '척' 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주로 하며 그냥 조용히, 그리고 적당히, 그렇게 살았었다. 남이 보기엔 그냥 평범한 아이.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성적도 중간, 말 수가 적고, 생김새도 뭐 그럭저럭. 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친한 친구' 라 부를 수 있는 친구는 한명도 없었다. 서로의 무료한 세계를 공유하며 지루하게, 성가시게 있는 것 보다는, 혼자 있는 편이 더 좋았다. 학교 이외의 공간에선 거의 혼자였었고, 가족과도 필요한 대화만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 애썼다. 물론 혼자 있는 것도 따분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난 최대한 덜 지루한 것을 으며 생활 하였고, 내 머릿속엔 항상 당연하게 "왜 살지?" 라는 물음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죽을만한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지루하고 따분하고 무료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뿐이었다.

그런 삶을 살던 중, 그날의 아주 사소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 생활은 , 내 주변을 보는 인식, 가치관 등을 전부 바꾸어버렸다. 그리고 그 영향은 사회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물론 아직 미치고 있었다.

-

중학교 3학년 개학식.

우리는 강당에 모여 아주 식상하고 관습적인 지루한 개학식을 치룬 후 각자 배정받은 교실로 갔다.


난 가장 구석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이들보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먼저 교실로 갔다.


그리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내 지루한 삶에 영향을 미칠법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을 아이들로 미리 구분해내었다.


일단 중학교 2년 내내 사적인 대화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여자'라는 생명체에게는 모두 영향력 F를 주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적당히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고, 그렇다고 눈에 띄지 않는 학생까지 돌볼 성의는 갖고 있지 않은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아이들에계 상투적인 조언을 몇마디 하고는, 종례를 하고 교실을 나갔다. 반아이들은 제각각 친한 그룹끼리 모여 어딜 놀러갈까 하고 상의하기에 바빴다. 나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머리위에 영향력 'F' 마크를 달고 있는 여학생 한명이 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냥 사무적인 말을 몇 마디 하러 오는거겠구나 하고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내 앞에 와서 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말은 내겐 상당히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저기, 이름이 뭐야?"

순간 머리에 무언가 맞은 듯 멍해졌다. 보통사람이라면 당연히 교복에 명찰이 붙어있음에도 이름을 물어보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의문을 품기도 했음직한 상황이었지만, 그런것에 신경 쓸 수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게 사적으로 이름을 물어본 여자아이는 여태까지 한명도 없었기에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고, 미처 상황을 전부 이해하기도 전에 멋대로 입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어, 나?.. 김..동준.."

그러자 여자아이는 마치 곱씹듯이 아주 작게 내 이름을 발음해보고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말했다.

"김동준...음.. 평범하네.. 내이름은 유하나야."

물어보지도 않은 이름을 말한것에 또 한 번 당황하면서도 나는 나도모르게 그 이름을 머리에 강하게 새겨넣었다. 유하나. 굉장히 예쁜 이름이다. 물론 눈앞에 있는 여자아이의 생김새도 꽃미녀라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나름대로 귀엽게 생겼지만 이름 하나만 가지고도 그녀는 내게 굉장히 좋은 인상을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그제야 이 여자아이가 왜 나에게 다가온건지, 왜 이름을 물어본건지가 머릿속에 물음표로 새겨졌다.

"저기..응.. 그래서 왜..?"

"뭐가?"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인가, 이 여자는. 내가 뭘 물어보는지 뻔할텐데 그녀는 대체 뭐가 궁금하다는건지 모른다는 듯 내게 되물어왔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나는 잠시동안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보기에 나는 얼빠진 멍청이처럼 보였겠지. 하는 말마다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듯 몇 초가 지나서야 대답하고 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 나한테..?"

"너, 바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심하게 바보처럼 보였나보다..

"당연히 관심있으니까 , 이름정도야 물어보는것은 당연하잖아?"

아, 그렇구나. 정말 쉬운 답이다. 당연히 사적으로 이름을 물어본다는것은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거잖..아...어..어라..?

"에엑..!? 관..관심이라니.. 나..나한테..?"

"그래, 김동준. 왠지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녀는 오른손을 펴고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는데 다시 꽤 시간이 소요되었다.

"왜, 싫어?"

그제야 그것이 악수를 하자는 제스쳐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오른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아아. 또래여자아이의 손을 잡는것은 이게 처음..인가..? 그런 생각을 하자 얼굴에 화악 화끈한것이 올라와서 재빨리 손을 뺐다.

그녀는 약간 엉뚱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음..뭐, 일단은, 된건가. 앞으로 너, 내가 막 휘두르고 다닐 테니까 긴장하고 있는게 좋을거야. 싫으면 거절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럼 일단 오늘은 일이 있어서 가볼게. 김동준. 내일부터 잘 지내보자~!"

그녀는 일방적으로 말을 마치고 사뿐한 걸음으로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갔다. 아아,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대체 이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애당초 여자와는 전혀 무관계한 나에게 선뜻 말을 걸고 초면부터 하는 말이 "나 너한테 관심있어" 라니. 당연히 머릿속이 잘 정리가 되질 않았다.

물론 이날 밤은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

그 다음날 아침.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아침부터 머리가 아팠고, 잠시 정신이 몽롱해지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몸은 이미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나는 거의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멍하니 창가를 보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시야에 들어옴으로써 어제의 일이 정전된 머릿속에 팟 하고 불이 켜지듯 생각났고,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려다 의자를 넘어뜨릴 뻔 했다.

그녀는 내 행동을 보고 웃으려다 참듯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넘어질 뻔 한 몸을 다시 가누고 머리를 정리한 뒤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머릿속에서 해석하여 그것이 그냥 단순한 인사라는것을 판단한 후에 그녀에게 대답을 했다. 물론 내 대답이 머리를 거쳐 목에서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을거라고 생각하며.

"어, 어.. 그래 안녕."

왠일인지 그녀는 그 인사를 받고 뭔가 모호한 표정을 짓고는 별말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에.. 그리고 그 다음, 담임선생님의 딱딱한 조회가 시작되었을 때부터는 그녀는 어제 내가 봤던 그녀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주 얌전한, 눈에 띄지 않는 여학생. 교문 앞 맨 앞자리에 앉아서 꼬박꼬박 필기를 하는 교실에 한명쯤 있을 법 한 조용한 아이. 첫날이라 선생님들은 수업은 하지 않고 거의 프레젠테이션만 하고 나가는데도 뭘 굳이 적을게 있는지 그녀는 수업시간 내내 공책을 끄적거렸다. 그걸 보니 어제 그 일이 정말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뭐랄까, 수업시간엔 좀 더 질문도 많이 하고, 우스갯소리도 하고 가끔 선생님들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도 하는 그런 말괄량이같은 이미지였는데..라는건 여자아이에게 실례이려나. 어쨌든 그녀가 조용하게 있는게 왠지 다행스러웠다. 이렇다면 뭐, 그녀 때문에 곤란할 일은 없겠지...

하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그녀는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끝나자마자 내 자리로 터벅터벅 걸어와 내 손목을 잡고 무작정 나를 잡아끌기 시작했다.

"휘둘려질 준비는 잘 되어 있겠지 물론?"

그녀는 나를 잡아끌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이상한 질문을 내게 던졌다. 아아, 분명히, 이 비슷한 말을 어제 들었었던 것 같기도 한데..

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기 이전에 그녀가 내 손목을 잡아끌고있다는것에 왠지모를 거부감을 느껴 일단 손을 빼려 힘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가 워낙 강하게 잡고 있었던 탓에 손은 빠지지 않고 결과적으로 교문 앞에서 그녀와 같이 기세 좋게 걸어가다가 갑자기 떡하니 멈춰버리는 우스꽝수러운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난 뭔가 하면 안 될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뒤 그녀는 약간 즐겁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헤에, 하루가 지났는데도 아직 준비가 안된거야?"

하루라고.

모르는 사람과, 그것도 여자와, 단지 몇 마디 이야기(라고 할 것도 아니지만)를 나누고 나서 고작 하루라고. 이런 상황에서 하루 만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녀석이 있으면 당장 나와보라그래. 어디 그 뻔뻔한 얼굴좀 보자 그래!

"흐음, 뭐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내 계획은 변경없음! 그냥 순순히 따라오시라고~"

그녀가 다시 내 손목을 꽉 쥐고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난 끌려가며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드디어 마친 후에 물밀듯 몰려오는 부끄러운 감정에 시뻘겋게 열이 올랐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최대한 빨리 말을 뱉었다.

"저..저기..잘..따라갈..테니까..소...손은..좀....!"

그녀는 '어?' 하고는 돌아보고 내 얼굴과 잡혀있는 손목을 훑어보더니 약간 불만인 듯 '사내자식이 거 참 근성없기는' 하고 다 들리게 중얼거리며 부루퉁한 얼굴을 한 채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네~네~ 그럼 잘 따라오시죠! 놓쳐서 내가 다시 찾으러 가야되는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가만 안둘테니까!"

라고 큰소리로 내뱉고 아까보다 더욱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서 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거의 뛰다시피 걸었기에 목적지를 모르는 나는 뛰어서 쫒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작정 정신없이 그녀의 등만 따라 달렸다. 이 여자는 체력이 얼마나 좋으면 이렇게 지치지도 않게 갈수 있는거지? 남자인 내가 이렇게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 정돈데.

더 이상 심장이 버텨줄지 어떨지 , 그렇지만 놓치면 안될텐데. 어쩌지, 하고 고민하려던 찰나 그녀의 등이 멈췄다. 여기가 목적지라고, 마치 그녀의 등이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제야 난 시선을 그녀 앞에 있는 건물에 옮겨보았다. 아, 이럴수가.

"...여기는.."

그녀는 내 반응이 정말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보면 몰라? 영화관이잖아. 아니면 뭐, 영화관 처음?"

"아..아니.. 그런건 아닌데...."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헉헉대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실눈을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약간은 실망한듯이 말했다.

"뭐야, 근성만 없는게 아니라 체력도 없잖아? 아이그~ 참.. 잠깐 이쪽으로 와봐,"

그녀는 영화관으로 들어갔고 나도 곧이어 따라 들어갔다.

이야기를 나누게끔 만들어놓은 벤치가 몇개 놓여져있는 휴식공간에 그녀는 나를 앉히고는 말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그녀는 말을 끊고 매표소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난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도 따라갈만큼 깡이 있지는 않아서, 거기다 정말 저질체력인 내 몸은 쉴새없이 '잠깐만 타임!' 하고 외쳐댔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말도안돼는 상황을 어떻게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난 얌전히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정말 잠깐. 약 5분정도 지나서 그녀는 내게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손에는 음료수, 한손에는 '마지막 인생' 이라고 적혀있는 영화표 2장 , 그렇게 양손을 실실 웃으며 내쪽으로 뻗었다.

"흐흐흐~!, 이 영화, 꼭 보고싶었거든. 마침 잘됐다 싶어서."

나는 내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몸이 멋대로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먼 별 다른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는 것인지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가 들고 있는 음료수와 표 한 장을 받아들고는 표를 한번 훑어보고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음료수캔은 거의 비어있었고 내 앞에는 앉아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나는 상당히 놀랐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일단은 되는대로 말을 뱉었다.

"고..마.."

"응?"

"음료수.. 고맙다고.."

그녀는 '헤에이~ 별걸 다 고마워하네' 하고 말한 뒤

"그것보다 시간."

"어..?"

"영화시작 10분전. 빨리 들어가야지. 언제까지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는 없잖아?"

라고 하며 먼저 일어나 상영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 일어나려 했을 때, 그녀의 뒷모습이, 칙칙한 회색빛 영화관에서 유일하게 오색으로 빛나며 이질적인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듯 한 환각을 보고, 큰 현기증을 느끼고는,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먼저 가다 아직 내가 일어나지도 않았다는것을 깨닫고 뒤돌아서,

"뭐해? 영화 시작한다니까~? 빨리와~"

하며 재촉하며 손짓하였다.

나는 현기증을 머리를 저어 애써 떨쳐버리고 일어나서 , 영화 상영관이라는 , 아주 익숙하지만 , 어째서인지 낯설기만 한 그곳으로 , 발걸음을 떼었다.

-


영화는, 아주 흔해빠진 이류 러브스토리였지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재미있었다. 이 얼마나 성의없고 간단한 표현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이것이 최대의 칭찬법인것이다. 그도 그럴게 내가 여태까지 '재미있었다'라고 느낀 영화는 한 편도 없었으니까.

물론 영화를 아주 많이 본건 아니지만 나름 시간죽이기에는 좋은 수단이라 생각하여 가끔가다 생각날 때 보러 가곤 했었다.

영화를 찾아가 볼 때마다 매기는 나만의 별점은 10점 만점에 4,5점, 많아야 6점정도였지만 오늘 본 영화는 9점, 아니 10점도 아깝지 않았다. 사실 이 영화는 재미있었다 라고 느낀게 아니라 그녀와 같이본 영화는 재미있었다 라고 느꼈다는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아차린 것이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는 내 안의 변화를 직감하고 최대한 서둘러 집에 가기를 원했다.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가 내 기분을 알았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영화가 끝난 후에 바로 "그럼, 내일 또 기대하고 있어~" 라고 말한 후 먼저 돌아가 버린것은 굉장히 다행스러웠다.

난 집으로 오면서 영화에 대해 생각했다.

집에 와서 영화에 대해 생각했다.

씻으면서 .... ... 생각했다.

지친 몸을 침대위에 털썩, 던지며 ..... 대해 생각했다.

이불을 덮고 자기전에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잠에 빠져들면서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

이것이 그녀와 내가 만나고서 이틀째 된 날의 일이다. 남들이 보기엔 (물론 지금 내가봐도) 엄청 어이없고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이게 그녀인것이다. 이 날은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서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날의 그녀는 정말로 순수했고, 아름다웠다. 물론 이날만 그런건 아니지만, 그녀가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것은, 이날이 틀림없었다.

이런 하루는 앞으로 절대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난 아주 엄청난 착각을 해버렸다. 바로 다음날 그녀는 또다시 학교가 끝나고 날 어디론가 데려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매일매일 난 그녀에게 끌려다녔고, 결국은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영화관,오락실,스티커사진,공원,놀이공원,동물원,노래방 등등 꽤 여러 곳들을 다녔다. 나도 보통 자주까진 아니더라도 가끔 생각나면 놀러 다니는 곳들이지만, 그녀와 같이 가면 그곳들은 언제나 내가 봤던 그곳들과는 전혀 달랐다. 분명 회색칙칙할뿐인 그곳들은 빛이 들어와 있었고, 그녀와 지내는 날이 길어질수록 그 밝은 빛은 회색빛 세계를 밀어내고 점점 강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그녀와 만나고, 그녀에게 끌려다니고, 그녀와 웃고 노는 사이에,

어쩔 수 없을정도로

그녀가 좋아져버린 것이다.

그것은 속일수 없는 진실. 누가 이런 나를 본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 할 것이다. 물론 반박을 할 순 없다. 나도 내가 이상하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좋아하게 되는것에 어떤 이유가 있는것인가?

그렇게, 전혀 그런것과는 인연이 없어보일듯한 내 인생에, 그녀는 아주 밝고 찬란한 빛으로, 비집고 들어와, 아프면서도 황홀하게, 자리잡아버렸다. 이미 빼버릴 수도 없을 만큼 단단히.

-

그렇게 많은, 아니, 일수로 따지자면 그렇게 많은 날은 아니지만, 내게 있어서는 정말 아주 긴 시간이 흘렀다. 그것은 채 반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이미 그녀는 내게 정말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여느때와 똑같은 얼굴로 나를 데리고 공원으로 갔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어제 했던 예능프로그램이라던지, 서로 추천해줬던 음악이라던지, 오늘 학교 점심이라던지. 그런 평소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져갈 즈음 그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내게 손을 건냈다.

"김동준! 오늘은 내가 특별히 아주 좋은곳에 데려다줄게."

난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얼굴을 봤다. 그녀는 웃는 얼굴을 하고있었지만 왠지모르게 슬퍼보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나도모르게 눈물이 울컥하여 재빨리 얼굴을 돌리고는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언제나와 같은 날이었지만, 뭔가가 달랐다.

"응, 어딘데?"

"와보면 알아!"

언제나처럼 그녀는 목적지는 비밀에 부친 채로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녀의 손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의 망설임이 전해질 뿐. 물론 그것이 어떤 망설임일지 나는 잘 몰랐지만.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어느 이름없는 큰 건물.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인듯 했고, 사람들은 거의 나갔는지 불은 거의 꺼져있었지만 문은 열려있었다. 그녀는 계속 내 손을 잡은 채로 건물안으로 들어와 앞에있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멋대로 들어와도 되는지 약간은 신경쓰였지만 그냥 묵묵히 따라가기로 했다. 1층...2층...3층...4층...계단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았고, 이미 내가 몇층까지 올라왔는지는 까먹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더이상 계단이 없는 곳까지 올라왔고, 원래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계단 대신 한명정도가 지나갈 수 있는 조그마한 문이 있었다.

그녀는 계속 잡고있었던 손을 놓고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잠겨있는 문을 열고는 먼저 그곳으로 나갔다.

"하나야.. 열쇠.. 어떻게..."

난 머릿속에 떠오른 당연한 질문을 입밖으로 내보내다 말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잊었다.

단지 건물옥상일 뿐인데. 굉장한 감동이 밀려왔다. 솔직히 말해서 '건물옥상' 이라는 어찌보면 별로 낯설지만은 않아보이는곳에 실제로 올라온적은 처음이었다. 그냥 '옥상에 있는 건 어떤 느낌이 들까?' 라는 생각만 가끔 했었을 뿐. 나는 말을 멎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내 쪽을 쳐다보다가 내가 가까이 오자 천천히 옥상 끝쪽으로 걸어가 옥상 가장자리에 있는 턱에 턱을 괴고는 건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도 그녀를 따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위에서 보는 거리의 야경 또한 아주 멋있었다. 그녀와 보는 야경은 아주 멋있었다.

그녀와 나는 한참동안이나 거리를 내려다보다가, 마침내 그녀는 돌아서 턱을 기대고 앉았다. 나 또한 그녀를 따라 돌아앉았다.

그녀의 옆얼굴을 보았다.

.

여느때와 같은 얼굴이었다. 단지.. 입술을 강하게 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왠지 슬픈 감정이 밀려와 다시 얼굴을 돌려 바닥을 쳐다봤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어때?"

..

난 최선을 다해 지금 느낀 심정을 표현한다.

"응, 아주.. 아주 좋아.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야."

그녀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했다.

"하아, 그거 다행이다."

그 말을 듣고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왜이러는거야 나. 꼴사납게. 왜 갑자기 우는거야.

그렇지만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꽤나 시간이 흐른 후, 내 눈물이 진정되었을 때, 그녀는 별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있잖아. 너랑 나.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당연하지. 그걸 어떻게 잊어."

"궁금하지 않았어? 내가 왜 너한테 말걸었는지."

그래 그거. 쭈욱, 그녀와 만나는 내내 궁금했던 것.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던 것. 그것을 그녀가 물어보자 그것이 내게 가장 큰 물음표가 되어 날 자극해왔다.

"응. 궁금해. 하지만 그게 중요한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서 물어보지 않았지만.. 혹시, 물어봤어야 한건가?.. 하하하.."

"아니, 별로 중요한건 아니야.. 그냥, 왠지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또다시 침묵.

그리고 몇 분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도. 너랑 같았으니까."

뭐가?

"세상이 재미없고, 뭘 해도 흥미가 나지 않고, 그냥 지루하기만 한 일상. 나도 너처럼 재미없고 무료한 세계에서 살았었어."

그것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나랑 정 반대이면서, 나를 이 무료한 세계에서 벗어나게 해준 장본인이 실은 나와 같은 세계에서 살던 사람이었다니.

"근데, 난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나 나빴다고 해야할까나.. 어쨌든 나한테 쌍둥이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그녀석이 날 구해줬었어. 썩 즐겁지만은 않은 얘기지만."

.

"내 남동생, 이름은 하준이라고 하는데. 하준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지. 병원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는데, 난 그다지 병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별로 신경쓰거나 찾아가는 일이 없었어. 근데 우리가 중학교 1학년이 막 됐을 때, 하준이는 더이상 학교에 다닐 수가 없었어. 학교는 커녕, 평생 병원에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 신세가 되어버렸지. 난 그런 쪽은 잘 알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앓고 있던 희귀병인가가 악화되서.. 매일 병실에 누워 있어야했지. 쌍둥이인데 한쪽만 이런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고도 생각했지. 하준이는 그만큼 나한테 소중했었던거야. 나도 그걸 그때서야 깨달았던거지만.. 그 때부터 난 일종의 사명감이랄까? 적어도 하준이가 못 겪는 만큼 내가 하준이 몫까지 이런저런 것들을 겪고 이야기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어. 그이후로 부터는 매일매일 하준이에게 문병을 갔고, 그날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해줬지. 하준이가 즐거워 해 줘서 나도 기뻤어. 근데 이거 참.. 어째서 이렇게 된건진 모르겠는데, 그야말로 주객전도지.."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울것 같은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은 왠지모르게 가슴을 아프게 조여왔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치유받은건, 하준이가 아니고 나였다는 얘기. 그동안은 '재미'같은건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는데, 신기하게, 하준이를 위해 삶을 살아가자고 생각했을 때부터, 세상이 달라졌지. 무엇을 해도 새로웠고 즐거웠지. 매일 빨리 하준이에게 오늘 겪은 일들을 이야기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가득찼고 문병을 가는게 기대됐어. 하준이를 위해서, 라고 하면서. 실은 나를 위해서 인것 정도는 알고있었는데..그렇게, 난 세상을 알아갔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미안하지만 하준이는 내게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얘기."

..

그녀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이미 마음속 어디선가는 그것을 이미 알고있었고, 애써 부정하고 있었다.

..

"슬픈.. 얘기네.."

감상은 딱 한마디. 물론 정말로 이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라면 몇시간이라도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금의 나는 치솟아오르는 눈물을 억누르느라 한마디 내뱉는게 고작이었다.

"그래서, 널 처음봤을 때, 왠지 모르겠지만 딱 예전의 나와 같은 증상을 갖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지. 그래서 자기위안인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하준이에게 받은 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어. 그렇게 너한테 말을 건 거고 지금 이런 상황이 되었다는 거지. 그래도 뭐, 너랑 지내는 동안 정말로 재미있었어."

그녀의 마지막 말을 애써 무시한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아~ 얘기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얘기는 못하고 뱅뱅 돌고있었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음을 먹었다는 듯이 표정을 굳히고 나를 똑바로 응시한 채 일어났다. 나도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똑바로 쳐다봤다.

"실은, 나, 미국으로 이민가."

알고 있었다. 여태까지 그녀가 보인 말과 행동은 전부 이별을 암시하고 있었고 난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그녀의 목소리로 이별을 들으니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미 머릿속은 하얗게 되어버렸고,더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미국에서, 하준이..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대.. 일년이 될지 십년이 될지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걸어보는 수밖에 없잖아..?"

"....가...가.."

'가지마'..라고, 내 진심은 외치고 있는데도,결국 입 밖으로 나오진 않는다. 그녀를 말릴 수 없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그녀는 떠나는 거니까.

"잘..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그녀는 울먹한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는 손을 들어 어느새 두 뺨에서 흐르고 있는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꼴이 이게 뭐야.. 남자답지않게."

눈물이 왈칵, 더이상 주저할 수 없게 쏟아져 내린다. 그런 나를 보고 그녀도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손을 다시 내리고는 내게 아주 슬픈 목소리로, 그러나 아주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으로, 널 좋아했어..아니, 좋아해...."

.

"응..그래서...정말로 미안해."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내게서 떨어져 옥상에서 나갔다.

그녀가 옥상 문으로 나가는 그 아름답고 쓸쓸한 뒷모습이,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녀의 모습이다.

-

갑작스러운 이별. 그러나 언젠가는 이별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있었기에, 몇날 몇일을 울고불고 하거나 극심한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았다. 마음에 걸린건 단 한가지. 내 생에 가장 후회스러운 일.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는 일. 그녀를 떠나보냈던 그날, 그녀에게 '좋아해' 라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정말 바보같이 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을 이따금 생각할 때 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아파왔다. 정말로 난 바보다.

난 지금 먹고 살만큼의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고, 어디 모자란 사람처럼 생활하지도 않는다. 누가보면 '지극히 평범한 성인남자' 정도로 보일만큼 굉장히 노력하며 살고있다. 그렇지만 정작 내가 가는 곳은 대부분 그녀와 갔었던 곳들. 그곳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부질없는 짓이라는건 잘 알지만 , 잠시나마 빛이 있었던 그곳들만이, 그녀와 함께 있었던 그곳들만이 내게 무언가 작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 외의 곳들은, 그녀와 만나기 전의 세계처럼, 전부 지루한 회색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난 바보라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걸 알면서도, 그녀를 기다린다.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면..

그녀를 다시 만나면 그때는 꼭..

그녀를 다시 만나면 그때는 꼭 내 마음을 전해야지.

그렇게, 아직도 그녀를 기다린다.

-

일을 마친 후 문득 생각이 나 그녀가 날 처음으로 데려갔었던 영화관으로 간다. 아직 영화관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를 하고 매표소로 가 볼만한 영화가 없나 훑어본다. 왠지 신비로운 포스터의 '마술' 이라는 영화. 그녀라면 이 영화를 골랐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표를 끊기로 한다.

"마술, 성인 한 장 주세요."

직원은 상투적인 말로 대답을 하고는 예매 가능한 좌석을 찾기 시작한다.

그때, 내 옆에 누군가가 굉장히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와 직원에게 크게 외친다.

"아뇨, 두 장주세요!"

굉장히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예전 그대로의 그녀가 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놀랄 수가 없다.

내 앞에 지금 그녀가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는 당연히 해야할 말이 있지 않은가.

무엇때문에, 내가 그토록 미련을 갖고, 희망을 갖고 기다린것인가.

그녀는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한다.

"잘 지냈어?"

그 목소리는 정말로 따뜻했기에 나는 더이상의 사고를 멈추었다.

.

.

.

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멋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응,물론이지."

.

.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야 시작인 것이다.














-fin-

----------------------------





너무 긴가요 하하핫;;

원래 1편~4편정도의 분량으로 연재할려고 했는데

끊는 부분이 조금 이상해서 한번에 올려버렸습니다!

앞에 올렸던 1,2편은 지웠구요~ 재밌게 보셨으면 리플을 남겨주세요!


뭐, 제 글솜씨가 워낙 엉망진창이라서 다른사람이 보기에 재밌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ㅠㅠ

[레벨:53]뉴류

오늘도 자신에게 또다른 인격 한명을 더해.

0 엮인글

2 댓글

[레벨:79] Wind

2010-08-30 18:53:28

재미있습니다 ^^
다음편 무지 기대되는데요 ㅎㅎ

[레벨:53] 뉴류

2010-09-01 19:51:17

단편이에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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